가난했던 시절 닭다리 맛없다고 양보해줬던 누나

가난했던 시절 닭다리 맛없다고 양보해줬던 누나

어렸을 적의 일이다.

참기름을 짜는 공장에서 일하던 누나는 주말마다 근처에서 치킨을

한 마리 사오곤 했다. 현관문이 열리고 누나가 돌아오면, 작업복에

배인 참기름 냄새에 더해 은근하게 풍기는 또 다른 고소함이 숨어있었다.

“다리는 맛없어. 너 다 먹어.”

“아싸. 다리가 제일 맛있는데.”

맛에 대해 논하자면 가물가물하게 혀끝이 떫다.

오래 쓴 기름으로 거무튀튀한 튀김, 염지 없이 퍽퍽한 살코기.

지금 숱한 프랜차이즈 영계들과 비교하면 형편없었을 테지만,

문방구 앞 300원짜리 컵떡볶이나 사 먹었던 나에게는 호화로운 ‘고기’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자리를 찾았다.

누나가 다니던 공장 사장님의 소개를 받아 안경공장에 들어갔다.

성격은 시원시원하고 힘도 그럭저럭 쓸 줄 아니,

안경공장 사장님은 젊은 놈이 꾀 안 부리고 열심히 한다며 나를 좋게 봐줬다.

딸만 둘이라 나를 아들이나 다름없이 대해줬으니 술자리도 빈번했다.

마침 안주가 치킨이었다.

열 살때부터 알고 있었다.

치킨은, 다리가 제일 맛있다.

스물두 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치킨은, 다리가 제일 맛있다.

각진 누나의 얼굴만큼, 치킨은 이제 각진 박스에 담긴다.

눈꽃치즈니 고추바사삭이니 이것저것 이름도 많아서 골라 먹는 재미까지 있다.

그래도 그런 걸 여전히 마음 속 한 구석에서 사치라 생각해버리고 만다.

치킨은 다리가 제일 맛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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